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 심의나 이후 진행될 수 있는 민·형사상 절차에서는, 가해 사실을 둘러싸고 당사자 간 주장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아 객관적인 자료의 확보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래에서는 증거자료를 수집·보존할 때 참고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방법을 안내합니다.
- 자료 제출의 필요성
학교폭력 사안 조사와 심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형사고소 등 어떤 절차에서든, 당사자는 자신이 주장하는 사실관계를 뒷받침할 기본적인 자료를 제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절차상 최종적으로 누가 최종적인 증명책임을 지는지와는 별개로, 주장이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 실질적으로 요구되는 부분입니다.
학교폭력 사안 조사 및 심의: 심의위원회는 피, 가해학생 양측이 제출한 자료와 진술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판단합니다. 최종적으로 처분이 소송으로 다투어질 경우 처분사유에 대한 법적 증명책임은 처분청인 교육장에 있지만, 조사·심의 단계에서 관련 학생 측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충분히 제시해 두는 것은 사실관계 판단과 조치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청구하는 쪽(피해학생 측)이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이 경우에는 증명책임과 마찬가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피해학생 측에서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
형사고소 단계: 최종적인 유죄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나, 고소인(피해학생 측)이 고소 단계에서 관련 자료를 제시하지 않으면 수사가 제대로 개시되거나 진행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이 단계에서도 자료를 갖추어 두는 것이 실질적으로 중요합니다.
나. 위법수집증거 배제원칙과 예외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및 제4조)
- 대화자 간 녹음의 적법성: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금지됩니다. 그러나 본인이 대화의 당사자 중 한 명이라면, 상대방의 동의 없이 녹음하더라도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지 않으며 법적 효력이 인정됩니다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3도16413 판결 등 참조).
- 타인 간 대화 녹음 금지: 피해 학생이 없는 상태에서 가해 학생들이 나누는 대화를 도청하거나, 녹음기나 스마트폰을 숨겨두어 녹취하는 행위는 명백한 위법입니다. 이는 학폭위 및 법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므로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 유형별 증거자료 수집 시 참고 사항
[1] 디지털·온라인 자료 (사이버폭력, 언어폭력)
카카오톡, SNS 메시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루어진 대화는 삭제되거나 계정이 탈퇴되면 확인이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조기에 보존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캡처 시 유의점: 대화 내용뿐 아니라 상대방의 프로필명, 계정 정보, 시간 표시가 함께 보이도록 화면 전체를 캡처하고, 대화의 전후 맥락이 이어지도록 생략 없이 캡처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백업: 카카오톡의 '대화 내보내기' 기능 등을 활용하여 텍스트·미디어 파일을 추출해 이메일 등에 별도로 백업해 두면 원본 손실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삭제 대비: 상대방이 메시지를 삭제하거나 계정을 탈퇴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화면 녹화 기능으로 대화 내용을 스크롤하며 녹화해 두면 나중에 내용을 다시 확인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을 줄일 수 있습니다.
[2] 목격자 진술 등 인적 자료
가. 대화 등 녹음
대화나 진술을 녹음해 자료로 남기고자 하는 경우, 통신비밀보호법과 관련하여 다음 사항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인이 대화의 당사자인 경우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녹음하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고 해당 녹음을 증거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녹음의 경위나 방식에 따라 심의위원회나 법정에서의 증거 가치는 달리 평가될 수 있습니다. 본인이 대화 당사자가 아닌 상태에서, 즉 자신이 없는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며, 증거로 사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가해학생과의 대화 중 사실관계에 관한 발언이 있었다면, 본인이 그 대화의 당사자인 한 앞서 설명한 원칙에 따라 녹음해 두는 것 자체는 적법합니다. 다만 특정 발언을 이끌어내기 위해 대화를 의도적으로 설계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오간 대화를 기록해 두는 정도로 접근하는 것이, 이후 그 발언의 임의성과 신빙성을 인정받는 데도 유리합니다.
나. 확인서 확보
목격 학생에게 당시 상황(일시, 장소, 목격한 내용, 피해학생의 반응 등)을 육하원칙에 따라 있는 그대로 작성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때 특정 방향의 진술을 유도하기보다, 목격한 사실을 스스로의 기억대로 서술하도록 요청하는 것이 진술의 신빙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합니다.
작성된 확인서에는 작성자의 인적사항(성명, 연락처, 서명 또는 날인)을 포함해 두는 것이 좋고, 작성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보호자의 확인을 함께 받아두면 이후 진술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3] 물적·의학적 자료
신체적 피해가 있었다면 병원 진료 시 학교폭력으로 인한 피해임을 의료진에게 설명하여 진료기록에 남도록 하고, 필요한 경우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상해진단서에는 상해의 원인과 치료 기간이 함께 기재되는 경우가 많아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정신적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학생의 건강 회복을 위해서도 필요하며, 그 기록은 이후 보호조치 등을 판단하는 데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신체 상해 부위는 시간이 지나면 흔적이 사라질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빨리 사진으로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크기 가늠이 가능하도록 자나 동전 등을 함께 두고, 부위 전체 사진과 근접 사진을 모두 남겨 두면 도움이 됩니다. 사진 파일은 촬영 일시 등 정보가 남도록 원본 그대로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 증거 보존 시 유의할 점
메시지가 삭제되었거나 대화방을 나간 경우, 스마트폰 기기 사용을 최소화하면 데이터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전문 포렌식 업체를 통한 데이터 복구를 검토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분석보고서와 해시값이 포함된 결과물을 받아 두면 이후 증거로서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수집한 자료는 날짜·유형별로 정리해 두고, 각 자료가 무엇을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간단히 메모(증거목록)를 만들어 두면 사안조사서 제출 시 담당자가 내용을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실무 조언]
증거 수집은 사실관계를 정확히 보여주기 위한 것이어야 하며, 특정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상대방이나 목격 학생에게 특정 발언을 유도하는 방식은 오히려 진술의 신빙성이나 적법성 논란을 낳을 수 있습니다. 특히 상대 학생 역시 미성년자라는 점을 고려할 때,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의도적인 대화 설계보다는 있었던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 두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증거 수집·활용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궁금한 점이 있다면 변호사와 상담하시는 것을 권합니다.